도통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밥집에 갈 땐 대개 부대찌게나 비빔밥을 주문합니다. 갖은 재료로 맛을 내는 이 두 가지마저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요식없을 그만두는게 어떠냐고 권해주고 싶어요.
'나물 잘 무치는 사람이 정말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주말판 프론트를 맡고 나서부터 절감합니다. 일정하게 짜여진 칼럼에 푸짐하게 재료를 늘어놓기만 해도 잘한다 소리 듣는 속지와는 달리, 커버 편집은 확연하게 다른 의미의 용기와 감성을 요구하는 터라 매주 일을 하면서도 당혹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사실, 큰 사진 만지는데 썩 자신있는 편이 아니에요. 칼럼을 무시한 대판 편집도 능수능란하지 못하죠. 부대찌개는 잘 끊여도, 나물 무치는 데는 젬병이란 말입니다.
서른이라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연애 컴플렉스마냥,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구차한 현실을 굳이 존심 구겨가며 다른 사람 입으로 듣고 싶은 생각은 없네요. 조급증 환자가 된 듯한 얄궂은 자괴감도 들지만 하루라도 빨리 고치려는 마음 뿐입니다.
요즘 어떻게든 어수선한 스킬은 배제하고 솜씨껏 데쳐낸 봄나물처럼 사진 본연의 느낌이 살아나도록 애를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