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는 기대했던 질퍽한 탕아의 생애 대신, 오입과 알콜에서 허우적 벗어나지 못한 어느 가련한 청년의 이야기만 늘어놓았습니다. '아, 인간 자격에 연연하지 않는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자격에 끊임없이 괴로워 하던 인간의 이야기구나' 번지 수를 잘못 짚은 독서는 독자를 되레 책을 펼치기 전보다 더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교양서의 탈을 쓴 엽색 사전인 후자는 진도가 무안할 정도로 잘 나갑니다. -_- 책에 따르면, 프랑스 왕가의 식사 시간은 옷만 제대로 차려입은 백성이면 누구나 참관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1번 방에서 칼질을 하는 왕비를 구경한 다음 3번 방에서 디저트를 음미하는 왕을 사파리 식으로 구경이 가능했다는데, '푸아그라가 아니라 푸아그라 할애비를 매일 먹는다 해도 이건 싫군'이라며 혼자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기타 등등, 성적 취향이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자신이 없어진 사람이라면 자신감 회복을 위해 권해드릴만 합니다.
그리고 사막 비룡 사냥에 매진한 결과 풋사과 티가 나지 않는 장비를 마련했습니다.
칼을 든 친구에게 콧방귀를 뀌며 자신만만하게 "사내라면 화력!"이라며 대형 포를 택했습니다.
아, 이제는 알겠어요. 에일리언 류의 SF영화의 도입부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으리으리한 장비를 두르고 거만한 눈빛을 한 거한'들이 왜 그리도 존재감 없이 제일 먼저 거름이 되는지. 몸이든, 생각이든 가볍고 민첩해야 살아남는 게 정글의 법칙입니다-_-
30년을 로맨스 없이 살아온 내 친구는 용 사타구니만 파고 들어가 악귀처럼 칼을 휘둘러 댔고 그 덕에 저는 쉽게 랩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노고와 진한 우정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